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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된 PC 재활용 - 홈서버 구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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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10년만에 컴퓨터를 새로 조립했었습니다. 그래서 10년동안 동고동락한 동지가 졸지에 해고가 되어버렸습니다. 사실 앞에 USB 2.0 포트 두개가 고장나고, 안에 먼지가 구석구석 끼어있는 것 말고는 딱히 고장나거나 하지는 않은 녀석입니다. 그래서 10년동안 업그레이드 못하고 있었던 것도 있죠. 

어쨋든 썩히기에는 좀 아쉽고, 전자쓰레기도 큰 환경문제이니 이 녀석으로 뭘할까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저장소 부족 문제가 있었습니다. 원래 쌓여가는 비디오 파일들 때문에 고민이기도 했는데 여태까지는 딱히 백업도 없이 계속 외장하드를 하나씩 사서 저장공간을 늘려가고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한번 크게 데였습니다. 그냥 여느 때처럼 영상파일을 옮기는 중이었는데 1년도 안된 하드가 아무런 충격도 없이 갑자기 죽어버리더군요. 그 당시 작업중이던 파일들도 많이 있어서 수리를 맡겼는데 70만원 넘게 들여서 하드 자체를 고쳐도 데이터 복구는 보장을 못한대서 그만뒀습니다. 

어쨋든 그 이후로도 고민만 하는 동안에 영상파일은 점점 쌓여만 가고.... 최근에 언리얼엔진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련된 작업 파일도 개인용 하드디스크에 쌓여가고 있어서 여러모로 초조해지고 있었습니다. 

소형 서버 완제품을 눈팅한지는 꽤나 오래됬습니다만 항상 가격이 불만이었습니다. 가성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람이라 도저히 저 사양의 부품들을 저돈주고 사야되나 싶어서 점점 DIY쪽으로 마음이 쏠렸습니다. 사실 DIY로 해도 고속 네트워킹이라는게 스위치나 인터페이스 카드등 돈 들곳이 없는게 아닙니다만 좀 더 적은 돈으로 훨씬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10기가 이더넷 스위치가 비싸고 사이즈도 큰편이라 구매하기가 꺼려졌는데 스위치 없이 서버와 컴퓨터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기에 이렇게 만들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스위치 값도 아끼고 서버랑 컴퓨터 사이에 10기가 속도도 나옵니다. 이렇게 그림도 그려서 전문가들 노는 포럼에 형님들 이거 되는 그림인가요라고 물어도 봤습니다. 저의 계획은 완벽했습니다. 

사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그냥 옛날컴퓨터에 하드만 새로 설치하고, 운영체제만 서버용으로 설치하면 됩니다. 어려울것 없습니다. 하드디스크를 사서 끼웁니다. 음 근데 예전 그래픽카드를 다른데 줘버려서 모니터를 못하네요.... 동생것을 잠시 빼옵니다.  

하드를 다 설치하고 케이스 닫고 바이오스 켰는데 응? 4개중 2개가 안뜨네요.... 바이오스 오류겠지 하고 운영체제 깔고 봤습니다. 그래도 없네요..... 뭐지? 이런적이 없어서 심하게 당황했습니다. 내가 케이블을 너무 쑤셔 박았나? 케이블 다 갈아 끼워서 체크해도 안뜹니다. 바이오스인지 운영체제인지 케이블인지 알수가 없습니다. 파워서플라이도 바꿔보고 컴퓨터도 바꿔보고, 확실히 되는 케이블로 여러번 체크해본 결과 하드드라이브가 망가졌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저는 새로 사는 하드디스크는 망가질 일이 없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맹세코 충격준 일도 없고 그라운딩도 제대로 해서 정전기 갈 일도 없는데, 너무 당황스럽지만 일단 교체 이메일 써놓고 계속 작업합니다. 

TrueNAS 라는 무료 서버 운영체제입니다. FreeNAS 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합니다. 설치는 간단했습니다. 인터페이스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ZFS 라는 기똥찬 파일시스템을 사용해서 하드웨어 세팅만 제대로 하면 속도는 보장됩니다. 단점을 하드드라이브를 마음대로 추가할 수 가 없고, 정해진 틀안에서 하드드라이브를 한번에 여러개를 묶어 추가 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하드드라이브 용량을 섞어서 쓸 수는 있기는 한데 이 운영체제에서 권장되는 방법은 아닙니다.  저는 나중에 하드드라이브를 여러그룹으로 추가할 계획으로 이 운영체제를 선택했는데..... 했는데...... 무슨짓을 해도 제가 산 10기가 네트워크 카드 인식을 못합니다. 

제가 산 TP Link TX401 이라는 10기가 네트워크 카드입니다. PCIE 슬롯이 혹시나 잘못되었나 싶어 바꿔서도 끼워보고 케이블도 바꿔봐도 트루나스에서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혹시나 싶어 윈도우가 깔린 하드로 부팅을 다시해서 보니 윈도우에서는 인식이 됩니다. 하드웨어 문제가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트루나스랑 제가 산 네트워크 카드가 호환이 안됩니다. 망했습니다.... 완벽한 계획이..... 나중에 알아보니 트루나스는 중고 인텔 카드를 샀어야 한다고 .... 미리 말해줘.... 

어쩔 수 없이 운영체제를 바꾸기로 합니다. 트루나스의 영원한 라이벌(?) 은 사실 아니고 개인유저들이 많이 쓰는 UNRAID를 설치하기로 합니다. 언레이드는 무료가 아닙니다, 무료가 아닌 주제에 파일시스템도 더 느립니다. 하드웨어를 아무리 좋게 설치해도 소프트웨어 때문에 속도에 제한이 있다고 합니다만 사실 제가 필요한 속도는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주 큰 장점은 용량이 각기 다른 하드드라이브를 1개씩 아무때나 추가 할수 있습니다. 서버에 슬롯만 추가하면 됩니다. 이것은 RAID 시스템이 아니라서 가능한 것인데, 이것이 속도 제한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어쨋든 그렇게 차선책으로 선택한 언레인드.... 설치가 안됩니다... 1픽 못받았다고 시위하는거니. 웹사이트에서 다운 받는 USB 생성툴로 USB 부팅 드라이브 만들어서 서버에 꽃고 부팅하는건데 툴이 계속 멈추고 안됩니다. 또 한참 구글링 해보니 툴이 멈추는 구간에서 디스크 유틸리티 켜서 USB를 포맷해주면 된답니다.... 다행이 되네요 도대체 왜 이러는건지 

힘들게 언레이드 부팅 성공하고 들어가보니... 네트워크 카드가 보입니다! 하.... 눈물날 것 같습니다. 언레이드 개발자팀들 뽀뽀해주고 싶습니다. 다이렉트 연결이기 때문에 컴퓨터랑 서버간의 연결부분은 고정ip를 설정했습니다.... 설정하고 나니 ㅠㅠㅠㅠ 카드에 10기가 링크 불이 들어옵니다. 하 ㅠㅠ 정말 다행입니다. 결국에는 계획 성공입니다. 

라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전송속도가 왜이러는건지.... 왜 저를 시험에 들게 하시는지.... 그냥 10기가 카드 양쪽에 꽃으면 속도 나오는거 아닌지 .... 

이번에는 몇시간이 아니라 한 이틀에 걸쳐서 구글링, 유튜브, 시험에 시험을 반복하고 드라이브 버젼마다 설치해서 시험하고 정말 제가 찾을 수 있는 모든 정보는 다 끌어모아서 최적화 진행했습니다. 속도 체크는 iperf 라는 프로그램입니다. 

네트워크 카드 드라이버 바꾸고 캐쉬설정을 이리저리 바꾸니 순간적으로 600이상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랑 비슷한 언레이드 유저가 남긴 포럼글을 보고 따라서 최적화 해본 결과.... 처음에는 다시 속도가 반토막으로 떨어지더군요. 그래서 낙담했었는데 다시 잘 읽어보니 그 분 하드웨어가 제것이랑 다른 점 이 많아서 그분이 해보라는 것을 한번에 다 안바꾸고 한번에 하나씩 바꿔보면서 설정을 시험해보았습니다. 커스텀 SMB 스크립트도 카피해서 넣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팔자에도 없는 용어들이나 개념들 많이 배웠습니다. 삼바는 브라질에만 있는 줄 알았습니다. 

어쨋든 이름모를 그분이 남긴 포럼글 덕분에 이런 속도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속도가 꾸준히 나오는 건 아니고 읽기 쓰기 전송 속도가 다르고 대량으로 파일을 옮길 때에 캐쉬 드라이브를 다 사용해버리면 속도가 확연히 떨어집니다. 이 부분은 차후에 하드웨어를 추가하고 플러그인으로 어떻게 해볼 생각입니다. 하지만 당장 편집작업을 위한 서버로는 모자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어쨋든 절반의 성공일지언정 성공했습니다. 정상 작동하는게 어디입니까! 하드드라이브가 모자라서 일단은 아무런 백업설정이 되어있지 않은 것은 안비밀입니다. 

언레이드는 일반유저들이 많은 운영체제라 커뮤니티가 잘 형성되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포럼도 활발하고 유저들이 만든 여러가지 유용한 플러그인들도 많습니다. 개중에는 속도에 관련된 것들도 있고, 활용성, 보안, 안정성 등 다양합니다. 

앞으로 하드디스크 추가할 계획입니다. 10년전에 쓸데없이 크기만 한 케이스를 사놓기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입니다. 저는 다 계획이 있습니다. 

 

다 계획이 있는 서버 구축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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